나르키소스와 에코(Narcissus & Echo): 현대의 비극, 나르시시즘
“당신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환상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르시시스트와 그를 사랑하는 에코(Codependent)의 비극적 춤. 진짜 '자기(Self)'를 찾는 법.
서론: 거울 감옥에 갇힌 사람들
현대 사회는 '나르시시즘의 시대'라 불린다. SNS의 셀피(Selfie) 문화, 인정 욕구, 그리고 급증하는 나르시시스트들. 신화 속 나르키소스(Narcissus)는 물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죽은 미소년이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볼 때, 그는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를 사랑할 줄 몰라서 죽은 것이다.
1막: 에코(Echo), 남의 말만 따라하는 비극
나르키소스를 사랑한 요정 에코(Echo)는 헤라의 저주를 받아 "남의 말꼬리만 따라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Ontology)가 없다.
- 심리학적 의미: 상호의존성(Codependency). 나르시시스트의 파트너가 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지우고 상대방에게만 반응(React)한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는 사랑이 아니라 자아 상실이다.
2막: 나르키소스, 닿을 수 없는 환상
나르키소스는 모든 구애를 거절한다. 그는 도도하고 차갑다. 어느 날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키스하려 하면 물결에 흐트러져 사라지고, 물러나면 다시 나타나는 그 모습.
- 거울 단계의 고착: 라캉(Lacan)과 코헛(Kohut)은 나르시시즘을 유아기적 전능감에 고착된 상태로 보았다.
- 진짜 비극: 그는 물에 비친 이미지가 '나'라는 것을 모른다. 즉, 그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타인(이미지)과 사랑에 빠진 줄 착각하고 있다. 이것은 **자기 소외(Self-Alienation)**의 극치다.
심화: 건강한 나르시시즘 vs 병리적 나르시시즘
병리적 나르시시즘 (The False Self)
- 내면에 진짜 자존감(Core Self)이 텅 비어있다.
- 그래서 외부의 찬사(Mirroring)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밑 빠진 독)
- 타인을 이용 도구(Self-object)로만 본다.
건강한 나르시시즘 (Self-Love)
-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안다.
- 타인의 비판에 부서지지 않는다.
- 타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한다.
나르키소스의 죽음은 헛된 이미지(False Self)에 집착하다가 생명력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수선화(Narcissus)가 피어났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꽃. 이것은 죽음(Ego Death)을 통해서만 진정한 부활이 가능함을 암시한다.
실용적 적용: 나르시시즘의 탈출구
- 에코들을 위하여: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라. 상대방의 말꼬리를 따라 하지 말고, "나는 싫어", "나는 원해"라고 주어를 '나'로 말하는 연습을 하라. 당신이 사라지면 상대도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 빈 껍데기를 사랑할 사람은 없다.
- 나르키소스들을 위하여: 거울(이미지)을 깨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나 타인의 칭찬은 당신의 영혼을 채워주지 못한다. 당신의 초라하고 못난 모습(Shadow)까지 끌어안을 때, 당신은 물에 빠져 죽지 않고 땅에 발을 딛게 된다.
결론: 타인은 지옥이 아니라 거울이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지만, 심리학적으로 타인은 거울이다. 나르키소스는 거울만 보고 타인을 보지 않았기에 고립되어 죽었다. 에코는 타인만 보고 거울을 보지 않았기에 공허하게 사라졌다.
우리는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미지가 아닌 실체(Substance)로서 만나라.
참고문헌:
- Ovid, Metamorphoses (변신 이야기)
- Heinz Kohut, The Analysis of the Self
- Alexander Lowen, Narcissism: Denial of the True 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