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Oedipus Rex): 운명을 마주하는 인간의 존엄
“진실이 파멸을 가져올지라도, 나는 알아야겠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성욕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어두운 운명(Karma)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선 인간의 위대함입니다.
서론: 프로이트가 놓친 것
우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아들을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고 싶은 욕망"으로만 알고 있다. 프로이트가 이 신화를 성적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정독해보면, 이것은 성(Sex)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이것은 자기 지식(Self-Knowledge)을 향한 탐정 수사극이자,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실존주의적 투쟁이다.
1막: 도망칠수록 가까워지는 운명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잘 것이다"라는 끔찍한 신탁을 듣고, 양부모를 친부모로 착각하여 코린토스를 떠난다. 그는 운명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도덕적 인간). 하지만 그 '피하려는 노력' 때문에 갈림길에서 친아버지를 죽이고, 스핑크스를 물리쳐 영웅이 되어 친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 심리학적 의미: 무의식의 회귀. 우리가 무의식을 억누르고 도망치려 할수록, 그것은 '운명(Fate)'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서 되돌아온다(융).
2막: 진실을 찾는 탐정
테베에 역병이 돌자, 오이디푸스는 신탁을 듣는다.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자를 찾아내라." 그는 왕으로서 백성을 구하기 위해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말한다. "범인은 바로 당신입니다." 오이디푸스는 분노하며 부정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증인을 심문한다. 진실이 가까워질수록 아내(어머니) 이오카스테는 "제발 더 이상 묻지 마세요!"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외친다. "내 출생이 아무리 비천할지라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겠다!"
3막: 파멸과 존엄 (눈을 찌름)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그녀의 브로치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른다. 왜 눈을 찔렀을까?
- 책임: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한 눈(무지)에 대한 징벌."
- 통찰: 육안(Physical Eye)을 닫고 심안(Inner Eye)을 뜨겠다는 의지. 맹인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처럼.
그는 자살하지 않았다.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고, 맹인이 되어 자신의 발로 황야로 걸어 나간다. 그 모든 저주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심화: 카르마의 정화 (Catharsis)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속편 '콜로누스의 오이디푸스'에서 완성된다. 늙고 지친 오이디푸스는 신성한 숲 콜로누스에 도착한다. 그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 신들은 그가 겪은 고통을 통해 그를 성스러운 존재(Hero)로 받아들인다. 그의 무덤은 아테네의 수호신이 된다.
- 죄(Sin) vs 허물(Hamartia): 그리스 비극에서 주인공의 파멸 원인은 '도덕적 악'이 아니라 '판단의 착오(Hamartia)'다. 오이디푸스는 악한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죄를 지은 사람이다.
- 의식화: 그는 무지 상태에서 죄를 지었지만, 알게 된 후에는 책임을 졌다. 이것이 그를 위대하게 만든다.
실용적 적용: "나는 누구인가?"
당신의 삶에 반복되는 불행이 있는가? 그것은 '가문의 저주'일 수도 있고, 당신의 '성격적 결함(Karma)'일 수도 있다.
- 직면하라: 오이디푸스처럼 물어야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범인은 누구인가?" (그 범인이 나일지라도).
- 도망치지 마라: "부모 탓, 사회 탓"을 하며 도망치면 운명은 쫓아온다.
- 책임을 져라: 설사 그것이 내 탓이 아닌 무의식적 실수였다 해도, 내 삶의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질 때 우리는 운명의 피해자가 아니라 운명의 주인이 된다.
결론: 진실의 빛은 따갑지만 자유롭게 한다
오이디푸스는 왕의 자리와 시력을 잃었지만, 진실을 얻었다. 우리는 진실(Self)을 마주하기보다 달콤한 거짓(Persona) 속에 머물기를 원한다. 하지만 소포클레스는 말한다. "고통을 통해 지혜에 이른다 (Pathei Mathos)."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자만이 자신의 신화를 완성할 수 있다.
참고문헌:
- Sophocles, Oedipus Rex
- Sigmund Freud,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 Jean-Pierre Vernant, Myth and Tragedy in Ancient Greece